책소개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만이 영웅은 아니다!
『나라가 버린 사람들』은 사료와 고소설을 통해 조선시대를 휩쓴 전쟁을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꼼꼼히 재구성한 책이다. 전쟁은 멀리서 보면 수많은 전투로 기록되는 역사적 ‘사실’에 불과하겠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피와 살을 지닌 사람들의 아픔과 이별, 죽음이 동반되는 ‘진실’이다. 책에서는 직접 전투에 참가해야 했던 병사들, 그들의 가족들, 이방인, 여성 등 민초들을 통해 전쟁이 무엇이었는지, 국가란 무엇인지 전쟁이란 극한 현실을 마주한 인간과 국가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아는 전쟁을 마이너리티의 입장에서 세밀하게 돌아봐 전투 중심의 일반 전쟁사와 맥을 달리 한다. 나라를 구하고도 기생이었단 이유로 왜곡당해야 했던 계월향과 논개, 귀화한 일본인 김충선, 명나라와 베트남까지 떠돌아야 했던 전쟁난민 최척, 여인들을 위한 안식처를 마련한 박씨부인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사료의 증언에 담긴 팩트와 소설에 담긴 민중의 욕망을 교직해 풀어냄으로써 궁극적으로 전쟁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평가해야 되는지, 인간다움이란 무엇이고, 그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목차
목차
책을 관통하는 시선 _007
버려졌다 불려 나온 여인들: 계월향과 논개 이야기 _011
남기는 이름, 기억되는 이름 | 임진왜란과 평양성전투 | 배신과 은폐 | 「임진록」 속 계월향과 김경서 | 왜놈은 얼레빗이요?, 천병은 참빗이라 | 버려졌다가 다시 충렬의 화신으로 등극한 계월향 | 논개를 호명하다 | 시대의 요청이 개인의 역사를 규정하다
조선 땅 일본 사람, 영원한 이방인: 「김충선전」과 「검승전」 _037
하나라는 선전, 같이 살자는 선전 | 향화인, 그리고 항왜 | 왜인 사야가는 왜 조선인 김충선이 되었나 | 조선인보다 더 조선인처럼 | 삼천 검객 중 둘 남은 항왜, 그리고 검승의 이야기 | 왜의 대명사는 ‘칼’과 ‘살인’ | 그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 「검승전」을 평가하는 시선 | 불우한 사람이라는 남이와 김덕령
난민이 되어 낯선 바다를 떠도네: 「최척전」 _059
사랑을 붙잡아 신혼으로 | 「표유매」의 인연 |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 동아시아 전란으로서의 임진왜란 | 공통 체험이 낳는 공감과 이해 | 나라가 백성을 지켜주지 못할 때 | 고국보다 아버지 | 돌아가지 못한 잔병 | 악한 국가 선한 사람 | 공동체의 가능성
세 번의 결혼 다섯 번의 참전: 「김영철전」 _ 081
왜란에서 호란으로 | 「김영철전」이라는 작품 | 전국이 수행한 전쟁 | 후금에서 맺은 아픈 인연 | 귀환 후의 풍경 | 전쟁 같은 삶 | 국가란 무엇인가? | 김영철을 평가하는 폭력
빚 갚는 파병: 「강로전」과 「김장군전」 _103
두 가지 진리 | 재조지은 | 망해가는 명나라, 흥하는 후금 세력 | 「강로전」이라는 소설 | 심하전투를 기억하는 방식 | 광해군의 외교정책 | 김응하도, 강홍립도 있어야 | 「김장군전」 엿보기 | 광해군의 몰락, 북인에서 서인으로 | 사실과 왜곡 | 포로가 된 강홍립의 행동거지 | 지조 있는 정보 요원 | 집단의 평가와 개인의 울분 | 당위론의 이면
청 주도 시절에 명에 목맨 사람: 「임경업전」 _135
만들어진 영웅 | 민중 영웅으로의 재탄생 | 「임경업전」의 인기 | 임경업의 대명 협조 행위 | 「김영철전」 속 아슬아슬한 임경업 | 임경업 때문에 죽겠습니다 | 임경업에 대한 조정의 평가 | 심기원, 원두표, 김자점 | 바른 상태로 되돌린다는 명분 | 척화와 주화 | 명분과 실리 사이
끌려간 여인들과 환향녀를 위하여: 「박씨부인전」 _167
우리가 알고 있는 박씨부인 | 박색이냐 미색이냐 | 조선의 특징은 여색을 밝히는 것? | 병자호란과 정신적 분풀이 | 여자의 안식처 | 청나라 수도 심양의 조선인 포로 매매 | 내 돈 가지고 내 가족을 위해 쓰는 것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 | 환향녀를 향한 칼날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배시황전」 _189
나선정벌 | 대장군의 병영일기 『북정록』과 소설 「배시황전」 | 조선인 병사의 공과 안타까운 죽음 | 소수라도 누군가는 거기서 죽었다 | 전장 속 실존 | 명과 청 사이에서 고뇌하는 조선 사대부의 초상 | 청을 향한 불편한 심리 | 역사는 이어진다
찾아보기 _ 207
출판사서평
출판사 서평
★ 기생 ‘계월향’은 왜 나라를 구하고도 조선 장수의 손에 죽었을까?
★ 귀화한 일본 사람 ‘사야가’가 조선 사람보다 더 열렬히 조선에 충성한 이유는?
★ 임경업이 영웅인가, 광해군이 지략가인가?
★ 누가 환향녀를 ‘화냥년’으로 만들었나?
왜란·호란에 짓밟히고 남의 나라 싸움에 동원된 전쟁의 기억과 상처,
장군 이순신도 국왕 광해도 아닌 보통 사람들의 전쟁 이야기
조선 중기 우리나라와 관련된 전쟁 일지를 정리해보면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놀라운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익히 잘 아는 임진왜란에는 정유재란도 ...
★ 기생 ‘계월향’은 왜 나라를 구하고도 조선 장수의 손에 죽었을까?
★ 귀화한 일본 사람 ‘사야가’가 조선 사람보다 더 열렬히 조선에 충성한 이유는?
★ 임경업이 영웅인가, 광해군이 지략가인가?
★ 누가 환향녀를 ‘화냥년’으로 만들었나?
왜란·호란에 짓밟히고 남의 나라 싸움에 동원된 전쟁의 기억과 상처,
장군 이순신도 국왕 광해도 아닌 보통 사람들의 전쟁 이야기
조선 중기 우리나라와 관련된 전쟁 일지를 정리해보면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놀라운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익히 잘 아는 임진왜란에는 정유재란도 포함되고, 또 얼마 안 되어 조선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큰 전쟁도 치러야 했다. 조선 사람들은 그 외에도 많은 전쟁을 겪어야 했다. 남의 나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울 때, 조선은 어쩔 수 없이 자국 백성을 파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평생은 전쟁이었다.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산 사람은 하나도 없겠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도 피할 도리가 없었을 테니 그것이 바로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겪은 고통이자 아픔이었다. 전쟁은 멀리서 보면 수많은 전투로 기록되는 역사적 ‘사실’에 불과할지 모르나, 가까이서 보면 피와 살을 지닌 사람들의 아픔과 이별과 죽음이 증언하는 존재론적 ‘진실’로 다가온다.
이들에게 전쟁은 무엇인가?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 우리는 고소설과 사료를 통해 당시의 전쟁과 그 전쟁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 것이다. 전쟁이라는 극한 현실을 마주한 인간과 국가의 역사를 되짚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시간이 지나도 쉽사리 답을 얻을 수 없는 한 가지 질문을 붙든 채 ‘오늘’로 되돌아올 것이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그리고 사회는 그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_본문에서
전쟁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안타깝게 전사한 성군 이순신의 비장한 최후로, 혹은 명나라와 후금의 전쟁 틈바구니에서 중립외교를 구사했던 광해군의 지략으로 기억되는가? 그러나 굵직굵직한 사건으로 기억되는 전쟁 이야기에는 빠진 것이 있다. 전방에서 직접 전투에 참가해야 했던 병사들, 그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남은 가족들, 전쟁이란 특수 상황에서 더욱 약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방인과 포로와 여성의 전쟁 이야기가 그것이다. 때로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을 민초들에게 조선시대의 전쟁은 어떤 의미였을까?
사료와 고소설을 통해 조선시대를 휩쓴 전쟁을 ‘보통 사람’ 입장에서 꼼꼼히 재구성한 책 『나라가 버린 사람들』이 출간됐다. 조선시대 1592년부터 1658년까지는 전쟁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났던 시기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나선정벌이 다 이때 일어났으며, 힘없는 나라였던 조선은 때로는 조선 땅에서 직접 전쟁을 치러야 했으며 때로는 남의 나라에서 벌어진 남의 전쟁에 원군으로 동원되어 이역만리에서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전쟁과 역사는 마이너리티를 어떻게 기억하고 또 지우는가?
우리가 익히 아는 전쟁이지만 이들 전쟁을 마이너리티의 입장에서 세밀하게 돌아봤다는 점이 전투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반 전쟁사 책과 다른 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나라를 구하고도 기생이었다는 이유로 왜곡당해야 했던 계월향과 논개, 귀화한 일본인인 김충선(일본 이름은 사야가), 명나라와 베트남까지 떠돌아야 했던 전쟁난민 최척, 전쟁의 참혹함 속에 세 번 결혼한 기구한 일생을 산 김영철, 여인들을 위한 안식처를 마련한 박씨부인 등 대부분이 그 시대의 마이너리티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누가 영웅인가? 싸우는 자인가, 물러서는 자인가?
한편, 영웅으로 기억되는 인물에 대해서도 이 책은 의문을 제기한다. 명나라가 후금을 치던 당시 명나라의 파병군으로 참전했던 대장군 강홍립과 좌장군 김응하는 각기 명에 대해 취한 입장이 판이하게 달랐는데, 강홍립은 싸움을 거부하고 후금에 투항했지만, 김응하는 끝까지 명에 대한 충성을 지킨다. 이후 조선 조정은 김응하의 (명에 대한) 충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그의 사당을 신속하게 건립하는 한편, 그의 죽음을 기린 『충렬록』까지 펴낸다. 하지만 후금에 투항한 강홍립은 ‘강씨 성을 가진 오랑캐’로 명명되며 「강로전」이란 소설에 등장하기에 이른다. 한마디로 김응하의 이야기는 명에 대한 의리를 다했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며, 강홍립은 그 반대 지점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광해의 외교술에 대한 갑론을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중이되, 그들 중 누구를 영웅으로 봐야 할 것인가, 혹은 모두 영웅이거나 아무도 영웅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저자는 그 밖에도 명에 목숨 걸었던 임경업 장군과 광해군의 기미책 등을 솜씨 좋게 엮어 설명하며 당대의 역사를 오늘날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사료의 증언에 담김 ‘팩트’와 ‘소설’에 담긴 민중의 욕망을 교직하여 보여주다
국가란 무엇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또한 이 책은 증언과 기록으로서의 사료, 그리고 민중의 욕망이 투영된 고소설을 동시에 비교하며 보여주고 있어 더욱 뜻 깊다. 날것 그대로 존재하는 팩트와, 사실을 기꺼이 비틀고 이야기를 꾸민 민중의 바람을 동시에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최고 히트 소설 중 하나였던 「임경업전」만을 보면 임경업은 민중의 영웅이다. 그러나 「임경업전」에 나오는 임경업의 영웅적인 면모는 상당 부분이 이야기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애면글면 명나라만 바라보던 임경업의 일편단심이 과연 궁극적으로 나라를 위한 것이었겠는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면, 조선은 척화파와 주화파로 나뉘어 조선이 분열된 국론으로 몸살을 앓았고, 광해군은 실리외교를 택하고자 했으나 나중에 인조반정 이후 다시 대명의리론은 고개를 들게 된다. 이런 여러 가지 맥락 속에서 임경업을 평가했을 때, 이미 진행중인 명의 몰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까지 명나라에 대한 의리만을 내세운 임경업을 영웅으로 봐야 할지는 오늘날 사람들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이처럼 이 책은 궁극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진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당대 전쟁을 온 몸으로 겪어내야만 했던 마이너리티에 대한 고려 없이 역사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국가란 무엇이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소설과 기록으로 남은 ‘나라가 버린 사람들’
기생이 나라를 구하고 죽다: 계월향과 논개
계월향과 논개는 모두 임진왜란 때 목숨을 걸고 나라를 구한 기생이다. 계월향은 왜장의 총애를 받았는데 이 점을 이용해 김경서 장군을 성안으로 들어오게 해 평양성전투에서 승리의 계기를 마련하지만 자신을 구해줄 것으로 믿었던 김경서 장군의 손에 죽는다. 진주의 관기였던 논개는 1593년 왜병이 진주성을 함락했을 때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져 함께 죽었다.
조선 땅 일본 사람, 영원한 이방인: 김충선과 검승
김충선은 본래 이름이 ‘사야가’라는 일본인이었지만 임진왜란 때 조선에 들어와 곧장 투항하고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한편, 「검승전」에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들어와 조선인 스승을 모시고 살아가던 일본인 검승의 이야기가 나온다. 검승은 동족 일본인이 스승을 죽이자, 그를 죽여 스승을 대신해 복수하고 회한 속에 살아간다.
난민이 되어 낯선 바다를 떠도네: 최척
「최척전」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혼란 속에서 명나라는 물론이고 베트남까지 떠돌며 살아야 했던 보통 사람 최척의 이야기를 그렸다.
저자소개
저자 서신혜는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대학교 퇴계연구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임연구원을 거쳐 지금은 한양대학교 기초융합교육원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로 우리나라 고전서사에 대해 가르치며, 한편으로 전공 분야를 가로질러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글을 쓰려 노력한다. 『김소행의 글쓰기 방식과 삼한습유』 등 전공 관련 연구서와 『박태보전』 등의 국역서를 다수 낸 것은 물론, 옛 음악인의 모습을 통해 지금을 사는 자세를 다지도록 안내한 책 『열정, 명인과 딴따라를 가르는 한 끗』, 옛사람들의 삶을 통해 돈과 인생의 문제를 살핀 『옛사람들에게 묻는 부자의 길, 전도』, 신분적 한계를 뛰어넘어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인 『조선의 승부사들』, 조선 사람들이 꿈꾼 이상세계의 모습을 살핀 『조선인의 유토피아』, 조선시대 어린이 예절 교육서를 통해 지금의 예절 문제를 다룬 『나를 갈고닦는 예절―동자례』, 100년 전 교역자와 교육가를 위한 예화를 가려 뽑아 소개한 『만고기담―백년 전의 충고』 등을 집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