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천년고도 경주의 왕릉을 배경으로 주옥 같은 산문과 그림같은 사진이 어우러진 산문집이다. 이번 책은 <인도기행>
후 지은이가 10년 만에 펴내는 것이라는데, 지난 여행을 통해서 지구문명의 여백 같은 존재인 인도를? 발견했던 그가 이번에는 신라 왕릉에서 무엇을 찾아낸 것일까.
서문에서 밝힌 "벌써부터 자기 문명에 이질감을 느끼고 구원이란 화두를 들고 헤매다니다가 거대한 알 같은 고분들이 널려 있는 경주로 불현듯 돌아온 것은 우연한 회귀일까?" 라는 말을 보면 아마도 경주 고분에서 새로운 일탈과 구원을 바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저런 추측과 기대로 책 속으로 눈을 돌리자 돌연 드라마틱한 신라 왕조의 탄생설화와 일대기, 당대인들의 애환어린 삶 등이 무작위로 뛰어나온다. 처음 듣는 설화도 아닌데 자꾸만 귀가 기울여지는 것은 지은이 나름의 직관력과 통찰력 때문이었다.
지금 지은이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되살펴보고 곰곰히 생각해보고 또 방대한 사료를 들이밀며 옛 이야기들을 실감나게 재현해내고 있다. 이렇게 시종일관 진지하고 둔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신라 고분들을 돌아본 뒤에는 천 여년 전 살았던 무덤 주인들과 대화하면서 그 감상을 '문명' '집착' '슬픔' '고독' '위로' '꿈' '영혼' 등의 주제어로 아름답게 갈무리해낸다.
먼저, 1장에서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무덤을 돌아보며 철기로 상징되는 인류문명의 빛과 그림자를 사색하고, 2장은 헌강왕릉과 삼릉(아달라왕, 신덕왕, 경명왕의 능)을 통해 간통하는 아내를 용서한 처용의 의연함과 오늘날까지 씨성(氏姓)에 집착하는 문중사회의 완고함을 대비한다.
또, 3장에서는 대능원을 배경으로 북방유목민의 후예인 고대 신라인들을 그려보며, 지은이가 갈망하는 전생의 꿈을 찾아 대륙의 초원을 넘나든다. 4장은 진덕왕릉, 선덕왕릉에서 여전히 남성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사회을 반성하고, 5장에서는 제왕의 고독을 들여다본다.
6장은 문무왕릉 대왕암 제의를 모티프로 하여 죽은 뒤, 용으로 환생해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위무한 문무왕의 행적을 더듬는다. 7장에서는 노서동 고분군의 국보급 유물들을 이채롭고 재미있는 사연과 함께 소개한다. 그외 8장, 9장, 10장에서도 신라 왕릉과 유물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
특히 사진작가 강운구의 사진이 덧붙여져 자연과 어우러진 극적인 능역의 모습과 사계절 경주의 모습을 수려하게 담아내고 있다. 시원하면서도 단아하게 편집된 사진은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재미를 더해주며, 권말 수록된 '신라 역대왕 및 재위 연도' '경주 고분 지도'는 사진과 함께 읽는이의 이해를 돕는다.
인도기행>
목차
서문
경주로의 회귀
1. 문명에 대하여
오릉과 석탈해왕릉
2. 집착에 대하여
헌강왕릉과 삼릉
3. 유목민의 꿈에 대하여
대능원 / 미추왕릉과 황남대총 천마총
4. 슬픔에 대하여
진덕왕릉과 선덕왕릉
5. 고독에 대하여
무열왕릉과 서악고분군
6. 위로에 대하여
문무왕릉 대왕암
7. 민초들의 꿈에 대하여
노서동 고분군 / 금관총 서봉총 호우총
8. 남성적인 것에 대하여
진평왕릉과 신문왕릉
9. 아름다움에 대하여
성덕왕릉과 경덕왕릉
10. 영혼에 대하여
괘릉과 흥덕왕릉
11. 여성적인 것에 대하여
노동동 고분군 / 금령총 식리총 봉황대
부록
- 신라 역대왕 및 재위 연도
- 경주 고분 지도
출판사서평
저자소개
강석경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였고, 《문학사상》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했습니다. 오늘의 작가상, 21세기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소설집《밤과 요람》 《숲속의 방》과 장편소설 《가까운 골짜기》《세사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미불》《내 안의 깊은 계단》《신성한 봄》등이 있습니다. 경주에 관한 산문집 《능으로 가는 길》《이 고도를 사랑한다》를 펴냈습니다. 강운구
1960년대 이후 개발독재의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는 국면들을 끊임없이 기록해왔으며, 외국 사진 이론의 잣대를 걷어내고 우리의 시각언어로써 포토저널리즘과 작가주의적 영상을 개척하여 가장 한국적인 질감의 사진을 남기는 사진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연 또는 필연」(1994, 학고재), 「모든 앙금」(1997, 학고재), 「마을 삼부작」(2001, 금호미술관), 「저녁에」(2008, 한미사진미술관), 「오래된 풍경」(2011, 고은사진미술관) 등의 개인전을 했으며 여러 그룹전에 참여했다. 사진집으로 『내설악 너와집』(광장, 1978), 『경주남산』(열화당, 1987), 『우연 또는 필연』(열화당, 1994), 『모든 앙금』(학고재, 1997), 『마을 삼부작』(열화당, 2001), 『강운구』(열화당, 2004), 『저녁에』(열화당, 2008), 『오래된 풍경』(열화당, 2011)이 있다. 저서로 『강운구 사진론』(열화당, 2010)이, 사진과 함께한 산문집으로 『시간의 빛』(문학동네, 2004), 『자연기행』(까치글방, 2008)이 있으며, 공저로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까치글방, 1999), 『능으로 가는 길』(창비, 2000), 『한국악기』(열화당, 200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