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재일조선인 학자가 본 해방 이후의 한·일 사상사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는 재일조선인의 관점으로 1945년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는 한일 지식사회의 모습을 관찰한 사상사 연구서이다. 각 시대의 사회상을 대표하는 시 68편과 함께 한일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과 그에 관한 양국 지식인들의 태도를 비교 분석한다.
이 책에서는 한일 양국 지식인들의 활약상과 사상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일본 천황제와 한국의 탈식민지화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또한 90년대 이후 김대중, 노무현정권이 들어서기까지 있어왔던 수많은 형태의 민주화운동·노동운동을 분석한다.
저자는 청산과 용서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한일 양국의 화해를 논하는 것에 대하여 비판하면서 남북한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공동체적인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국은 일본에 반성과 사죄를 요구하면서도 그것의 성취를 섣부르게 기대하지 않으며, 일본은 역사적 사실을 알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면서 역사인식을 재구성하는데 힘써야한다고 강조한다.
목차
목차
한국어판 서문
일본어판 서문 - 사상체험을 말한다는 것
1장 새로운 동시대사로의 출발: 일본 패전과 조선 해방 1945~ 46
1. 군사점령의 질적 차이와 대미의식
2. 해방공간과 민중의식
3. 전쟁범죄의 추궁?
2장 사상 재건의 모색: 일본과 한국의 엇갈림 1947~ 54
1. '평화헌법'과 '분단헌법'
2. 좌익과 우익의 언어체계
3. 한국전쟁과 사상의 혼미
3장 냉전체제하에서 상호인식의 구조 1955~ 64
1. 재일조선인과 그 사회적 의미
2. 4·19학생혁명과 일미안보조약 반대운동
3. '민족', '국민', '시민' 개념과 내셔너리즘
4장 국교수립과 상호이해의 곤란 1965~ 79
1. 한일조약 체결과 타자인식
2. 한국민주화운동의 전개와 연대의 맹아
3. '민중'을 둘러싼 언설, 그리고 옥중 체험
5장 한국민주화투쟁과 상호인식의 갈등 1980~ 89
1. 한국민주화운동의 고양과 조선관련 보도의 변화
2. '자이니찌'의 투쟁과 '용어'의 위화감
3. 한국 '민주화선언' 과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마찰
6장 탈냉전시대와 탈식민지화의 과제 1990~ 현재
1. 포스트모던 논의와 일본군 성노예('종군위안부') 문제
2. 동아시아의 변화와 역사인식을 둘러싼 갈등
3. 사상틀의 변화오 탈식민지화의 과제
결론을 대신하여 - 기억과 시선, 그리고 사상을 논하는 것의 의미
인터뷰 - 나의 '사상체험'
옮긴이의 말
현대사 연표 - 남북한, 일본, 재일조선인
인용문헌
인명색인
출판사서평
출판사 서평
한일 지식인의 사상적 지도를 완성하다-사상사 연구의 종합결정판
이 책은 저자가 5년에 걸쳐 집필한 『사상체험의 교착(思想體驗の交錯)』(岩波書店 2008)을 완역한 것이다. 1945년 해방/패전에서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재일조선인의 발자취를 주로 역사에 각인된 사상체험이라는 관점에서 파헤친 이 책은 엄청난 양의 자료를 비교분석해 한일 현대사의 사상적?역사적 과제가 무엇인지 힘있는 필체로 보여준다. 평생 동안 재일조선인(‘자이니찌’)의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사상을 천착하고 탐구해온 저자는 현재 탈역사화하고 있는 이념문제의...
한일 지식인의 사상적 지도를 완성하다-사상사 연구의 종합결정판
이 책은 저자가 5년에 걸쳐 집필한 『사상체험의 교착(思想體驗の交錯)』(岩波書店 2008)을 완역한 것이다. 1945년 해방/패전에서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재일조선인의 발자취를 주로 역사에 각인된 사상체험이라는 관점에서 파헤친 이 책은 엄청난 양의 자료를 비교분석해 한일 현대사의 사상적?역사적 과제가 무엇인지 힘있는 필체로 보여준다. 평생 동안 재일조선인(‘자이니찌’)의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사상을 천착하고 탐구해온 저자는 현재 탈역사화하고 있는 이념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시대의 모순을 직시하고 이와 격투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저자는 사상이 일어난 사건이나 사물의 설명이나 해설일 뿐이라면 그것은 죽은 사상이며 사상의 무력함을 나타낼 뿐이며 사람은 자신의 사상을 삶의 방식 그 자체로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상이란 개인적 삶의 지향에 그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데올로기적 방향타를 지니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명확한 이상을 추구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전지구적 신자유주의의 파고 속에서 방향을 잃은 한국과 일본의 정치?지식사회를 향한 따끔한 일침이자 아직도 한일 양쪽에 버젓이 남아 있는 역사적 과제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후꾸자와 유끼찌, 마루야마 마사오에서 타께우찌 요시미, 와다 하루끼까지
한일 양국의 수많은 지식인들의 활약상과 사상적 발전 혹은 전향과 변절에 이르기까지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는 이 책에서는 일본 천황제와 한국의 탈식민지화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고 미래의 새로운 관계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에서 진보적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진 와다 하루끼조차도 천황제문제를 비껴간다는 측면에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현재 한국에서 주목받고 재평가되는 후꾸자와 유끼찌, 마루야마 마사오, 타께우찌 요시미 등 일본의 대학자들도 마찬가지로 혹독하게 평가한다. 예를 들어 마루야마 마사오는 일본 내에서도 ‘전후 민주주의의 승리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휴머니즘이나 보편주의적 사상이 결국 ‘천황제와 식민지 조선’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조건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눈감고 넘어가버림을 지적하며 차별과 억압의 고통에 공감하는 타자의식을 갖지 못한 불구의 비판적 지성임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민주화운동의 고양에서 사상적 전향까지
저자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민주화투쟁을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한다. 해방 이후의 군사독재시대를 거쳐 90년대 이후 김대중?노무현정권이 들어서기까지 있어왔던 수많은 형태의 민주화운동?노동운동을 일일이 열거하며 분석하는데, 특히 민중가요에서부터 이른바 ‘학출’(학생 출신 노동자)에 이르는 세밀한 부분까지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민감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사상적 전향문제까지 파헤치는데, 그 영역은 친일파(친미파)에서 자유주의, 복고적 민족주의, 글로벌 평화주의, 뉴라이트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며 각 분파의 형성배경이 하나하나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매서운 비판을 계속하면서도 한편으로 사람은 살아가며 몇번이고 전향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또 하나의 섣부른 잣대를 경계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기억과 시선, 사상을 논하는 것의 의미
저자는 시대의 흐름, 사상의 변화 속에서 나름대로의 정합성을 가지면서 자신의 진퇴를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가가 지식인이 담당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최근 유행하는 ‘기억’과 ‘화해’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기억이 망각과의 틈새에서 흔들리는 것이라 하더라도 기억이 정치성이라든가 윤리성과 깊이 관련된 것이며 ‘시선’이라는 단어도 기억의 정치성, 특히 기억의 윤리성과 연관된 것임을 강조한다. 청산과 용서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한일 양국의 ‘화해’를 입에 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비겁한 행위인지 가차없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가로놓인 깊은 골을 메울 특효약은 없다고 본다. 따라서 희미한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고 용서와 화해의 단어를 안일하게 주장하지 않으며, 그것을 출발점으로도 최종적인 목표로도 삼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남북한/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의 공동체적인 감각을 키울 것을 역설한다. 한국은 일본에 반성과 사죄를 계속 요구하면서도 그것의 성취를 섣부르게 기대하지 말아야 하며, 일본은 역사적 사실을 알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면서 역사인식을 재구성하는 데 힘써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소개
1944년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조선인 2세이다. 1968년에 명문 교토대학을 졸업했으나 재일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을 하지 못했던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1973년 도쿄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이 시기를 전후해 민족문제와 한일관계를 평생의 화두로 삼아 연구에 착수한 그는 1981년 같은 대학원에서 「조선근대교육의 사상과 운동」으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방대한 연구를 통해 한일 양국의 정치와 지식인 사회를 거침없이 비판해왔다. 한국에서는 깊은 성찰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제시한 '한국 지식인 지도'로 한국 지식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 가나가와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일본 근대사상사, 한국 현대사상사, 근대 한일관계사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