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동양철학, 그 낯설어진 곳에서의 유쾌한 길 찾기!
우리가 이렇듯 손쉽게 그 어려운 동양철학을 장악한 책을 만난 적이 있었던가?
『왜 동양철학인가 | 접근, 제자백가, 주자학, 그리고 전망』.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을 불어 일으켰던 한형조 교수가 새롭게 낸 책. 2008년에 나온 「왜 조선 유학인가」와「조선 유학의 거장들」의 연장선상에서 ‘주자학’ 챕터가 중점적으로 보완되어 나왔다.
이 책은 접근, 제자백가, 주자학, 전망 등 4개의 챕터로 구성하여 동양철학의 방법, 가치와 사유, 전망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동야철학에 접근하는 방법, 동양철학의 대표적 사유인 제자백가인 불교, 유교, 법가, 노장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를 살펴본다.
세 번째 장에서는 11~12세기에 일어난 유교의 르네상스, 새로운 유교인 주자학을 살펴본다. 이어 마지막 장에서는 지금의 현실에서 유교와 불교가 갖는 위상을 점검하면서 달라진 시대와 환경 속에서 이 둘이 나가야 할 활로를 모색한다. [양장본]
목차
목차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접근
1. 고전한문, 그 낯선 사유에의 도정
제자백가
2. 불교 - 일상의 역설
3. 유교 - 도덕적 신성
4. 법가 - 권위와 질서
5. 장자1 - 웃는 철학자
6. 장자2 - 유쾌한 나들이
주자학
7. 기氣 - 동아시아의 자연관
8. 이理 - 지상의 척도에 대하여
9. 주자학 - 생명의 건강을 위한 구상
10. 조선 유학 - 근대와의 불화
전망
11. 아직 오지 않은 유교 - 자기를 위한 공부
12. 한국 불교의 돌파구 - 간화와 돈오를 넘어서
출판사서평
출판사 서평
동양철학, 그 낯설어진 곳에서의 유쾌한 길 찾기
지난 2000년, 강단의 철학보다 길거리의 사주관상이 더 철학적이다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한형조 교수의 『왜 동양철학인가』가 새로운 장정으로 다시 나왔다. 이번 개정판은 전후 책들의 연관을 고려하고 새 안목을 보태어 새롭게 다듬어졌는데, 특히 2008년에 나온 『왜 조선 유학인가』와 『조선 유학의 거장들』의 연장선상에서 ‘주자학’ 챕터가 중점적으로 보완되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형조 교수의 글의 특장은 그 특유의 ...
동양철학, 그 낯설어진 곳에서의 유쾌한 길 찾기
지난 2000년, 강단의 철학보다 길거리의 사주관상이 더 철학적이다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한형조 교수의 『왜 동양철학인가』가 새로운 장정으로 다시 나왔다. 이번 개정판은 전후 책들의 연관을 고려하고 새 안목을 보태어 새롭게 다듬어졌는데, 특히 2008년에 나온 『왜 조선 유학인가』와 『조선 유학의 거장들』의 연장선상에서 ‘주자학’ 챕터가 중점적으로 보완되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형조 교수의 글의 특장은 그 특유의 유려하고 개성 넘치는 문체에 있다고 할 것인데, 이번 개정판을 내면서는 독자들이 멈추어 서서 생각할 공간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배려에서 문장은 간결하게, 함축을 살리는 쪽으로 고쳤다. 또한 챕터 없이 12편의 에세이가 모여 있던 종전의 구성은 접근, 제자백가, 주자학, 전망, 이렇게 4개의 챕터로 그루핑되어 동양철학의 방법, 가치와 사유, 전망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정리해주었다.
9년 전과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더욱더, 현대사회는 소외와 물화가 만연해 있고,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는 새로운 해답을 동양철학에서 찾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동양철학은 현대문명으로 하여 더욱 깊어진 그 어둠을 헤치고 길道을 찾아가는 법을 가르쳐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에 소통되는 언어로 대중과 동양철학 사이에 놓인 완강한 단절의 벽을 뚫고 그 현대적 의미와 가치에 주목하는 이 입문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다.
나는 지금 이 시대에 소통되는 언어로 동양철학을 말한다. 조언은 분명하고 적실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버릴지 판정할 수 있다. 권위를 호도하고 신비를 조장하는 모호한 동양철학은 가라.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심각하게 왜곡하고 방해할 뿐이니…… _초판 서문에서
접근, 이 낡은 학문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첫번째 장 ‘접근’에서는 한때 우리의 삶을 규율한 코드였으면서도, 지금은 지구 저편의 사상과 문화보다 더욱 낯설어지게 된 동양철학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방법의 길을 제시한다. 오늘날 동양철학이 서양철학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부분 고전한문으로 되어 있는 동양철학의 텍스트가 지금의 대중들에게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의 학문적 소통을 위해서는 ‘번역’밖에 다른 길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자면 텍스트의 언어부터 일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는 나는 지금 이 시대에 소통되는 언어로 동양철학을 말한다는 저자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제자백가, 춘추전국시대를 수놓았던 사유의 진경산수
두번째 장 ‘제자백가’에서는 동양철학의 대표적 사유인 제자백가, 즉 불교, 유교, 법가, 노장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먼저 불교. 저자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롭다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지명에서 불교의 핵심을 본다. 불교는 진리를 묻는 사람들에게 진리란 없다며 일언지하에 잘라 말한다. 진리는 바로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것으로, ‘나’를 완전히 비우고 분별 없이 지금 여기 있는 것을 바로 볼 수 있을 때에야 본원의 순수한 에너지를 회복하고 진리를 깨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가 말하는 일상의 역설이다.
유교에서는 현대인들에게 다소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는 유교의 종교성, 초월적 실재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연다. 공자와 맹자는 인간은 본래 도덕적 신성을 갖고 태어난다고 믿었다. 그리고 자기 안의 그 신성을 깨닫고, 교육과 수양을 통해 본성을 닦아나가면 결국 초월적 실재를 만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유학은 먼저 자기 자신을 내적 본성에 맞게 가다듬는 자기 훈련으로부터 시작해서 사회적 조화와 질서를 이루어나가는 ‘자기를 위한 학문(爲己之學)’이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을 욕망에서 바라보고,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조차 이해관계로 보는 이 불건강한 사회에서 일상 속의 자기 훈련을 강조하는 유교적 관념이야말로 새로운 세계의 인식론적 전환을 위해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분명하고 절실한 카드라고 본다.
하지만 그 도덕성의 자발적 함양에 기대는 유교를 냉철하게 비판하는 사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법가였다. 당시 춘추전국시대는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던 대혼란기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자발적 도덕성과 책임의식을 믿는 것은 수주대토(守株待兎), 지나가던 토끼가 나무에 부딪혀 쓰러지기를 기다리는 허망한 기대일 뿐이라고 믿었다. 인위적 형식과 제도를 통한 예(禮)의 교화를 중시하는 이 차가운 사상은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도 낯설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여전히 유가적 사고에 갇혀 혈연, 지연에 집착하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법가적 실용성인지 모른다. 서양이 과도한 합리주의적 전통으로 해서 가정의 위기와 익명의 소외를 경험한다면, 우리는 반면 너무 뜨겁다. 열을 내리기 위해서도 법가의 이념과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장자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심오한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탁월한 산문작가였다. 장자는 당시 어지러운 혼란기에 당대의 학술을 넘어 전혀 다른 길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바로 우주의 필연성을 자각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지 말라는, 다소 신비주의적인 이념이었다. 이를 저자는 ‘운명에의 사랑amor fati’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는 죽음 또한 자연의 축복이다. 그렇기에 장자는 스승이나 친구, 심지어는 아내의 죽음 앞에서도 바가지를 두드리며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삶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장자는 인간 중심적인 관점을 떠나 온전히 자연의 눈으로 인간을 응시하려 했다. 천지를 운행시키는 절대자인 자연과 더불어 호흡할 때, 그때 삶은 유쾌한 나들이로, 세상은 한바탕 축제의 무대로 화하는 것이다.
주자학, 조선조 5백 년을 이끌었던 유교의 르네상스
세번째 장 ‘주자학’에서는 11~12세기에 일어난 유교의 르네상스, 새로운 유교인 주자학을 살펴보고 있다. 주자학을 집대성시킨 주희는 불교 형이상학에 맞서 중국의 오래된 생명적 자연관에 유가의 도덕 이념을 결합시킨 독특한 사유를 창안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기(理氣)의 형이상학이다. 여기서 기(氣)는 중국의 오래된 자연관을 대표하고, 이(理)는 우주적 지평으로 확장된 유가의 도덕 원리를 집약한다. 이 장에서는 주자학의 골격인 기(氣)와 이(理)의 원론을 점검하고, 이 체계를 통해 표명된 주자학의 인간-생명론을 이해한 후에, 조선을 지배한 이 체계가 어떻게 근대와 불화하는지를 살펴본다.
동아시아의 자연관에서 기(氣)는 합리적 과학적이기보다 신화적 형이상학적 사유의 산물이었다. 옛날사람들은 무시무종(無始無終)한 기(氣)가 자기 스스로 모였다 흩어지면서 우주를 형성한다고 믿었다. 도가는 이처럼 우주를 무대로 기(氣)의 계기들이 분화 교섭하는 과정에서 자발적 조화와 질서를 형성한다고 믿었지만, 유가에서는 이 현실을 구성하는 기(氣)가 중립적이거나 순수하지 않다고 보았다. ‘스스로 그러한 것(自然)’을 그대로 방기해서는 안 된다는 인문성의 자각이 기(氣)에 대립되는 이(理)를 적극적 지평으로 끌어올리게 한 것이다. 요컨대 기(氣)가 ‘있는 것’을 가리킨다면 이(理)는 ‘있어야 할 것’을 가리킨다. 저자는 사물의 척도이면서 동시에 존재의 의미
저자소개
한형조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로 재직 중이고, 전공은 고전한학과 철학이다. 그동안 동아시아 전통을 읽고, 미래 인문의 가능성을 들어왔다. 지은 책으로 『왜 조선 유학인가』 『조선 유학의 거장들』 『무문관, 혹은 너는 누구냐』 『주희에서 정약용으로』 등이 있다. 에드워드 콘즈Conze의 『불교』와 카마타 시게오鎌田茂雄의 『화엄의 사상』을 번역했다. 계간 『문화와나』에서 ‘아시아의 고전들’을 소개한 적이 있고, 지금 중앙선데이에서 ‘교과서 밖의 조선 유학’ 이야기를 격주로 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