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어떤 사람은 레시피를 읽고 어떤 사람은 마음을 읽는 책. 부엌일 젬병이었던 인문학자가 부엌에서 홀로 서기를 한다. 병석에 있는 아내는 이제 어떤 음식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나마 입에 대는 거라곤 남편이 마음을 다해 만든 요리뿐. 고통과 아픔 대신,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짧은 기쁨의 순간을 붙잡아두기 위해 쓴 남편의 부엌 일기. 조리 과정만 담담히 적어놓은 일기에 왜 가슴이 자꾸만 먹먹해지는 걸까?
■ 목차
추천의 말
머리말 | 나는 왜 이런 글을 쓰는 걸까?
■ 오늘은 같은 걸로 먹어
무치는 마음을 닮는 나물
집에서 만드는 ‘중국집 볶음밥’
오이나물이 외로워 보여서
웃기는 짜장
위로의 동태전, 그리고 감자전
잡채의 눈물
쥐똥으로 무친 냉이나물
그러면 됐지, 채소수프
바나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웨지감자, 민어찜, 감자라면, 아니 식빵에 잼
나가사키 짬뽕의 서론과 본론
시간으로 만든 채소수프
맛난 음식의 슬픔과 기쁨
굴비하세요!
그리운 설날 떡국
통밀빵과 얼그레이밀크잼의 위로
콩밥 또는 콩밥으로 끓인 잣죽
요리하는 걸 좋아하세요?
눈처럼 하얀 밥물과 보리차
영양 많고 약도 되는 과카몰리
공간 이동의 기적, 돔베국수
오믈렛의 비밀
■ 누구나 달달한 위로는 필요해
매킨토시 주스
어느 반나절 레시피
요리의 기원, 바질 페스토
띄엄띄엄 탕수육
아끼다 똥된 망고 주스
두 개의 도시락
볶음밥이나 짬뽕, 그리고 오믈렛
과욕 주스
어제 보지 못한 것
무항생제 대패삼겹살의 기찬 효능
초간단 비빔밥
아무래도 보리차
휴식을 위한 세리머니, 콩나물국과 볶음밥
입맛이 없다면, 쥐똥고추 카레
일회용 장갑의 기쁨
소고기 뭇국, 맛있긴 하지만
라면 vs 가쓰오 우동
아내가 잠깐 잠든 사이, 볶음우동
카르페 디엠, 해삼탕
멜론 사러 가는 길
■ 요리하는 사람도 먹어야지
나를 위한 잡채밥
대패삼겹살 덮밥, 서서 먹어도 제대로
간신히 브로콜리 크림수프
해물누룽지탕
향기로운 된장국과 목이해삼볶음
계란탕 두 그릇
북엇국 두 그릇
실패한 아귀찜, 보험의 효과
병원 가는 길
당신은 당신이 마시는 주스
■ 이러라고 그런 거였어?
아주 쉬운 양푼이 비빔밥
갈비탕과 달걀지단
행복한 혼밥
아점 식단을 조금 바꾸며
취나물 국수, 이러라고 그렇게
향기 좋은 참나물 국수
닭다릿살 백숙
밤늦게라도 좀 먹을래? 숙주볶음인데
좋아하는 아침
오글거리게 청승맞은 생각
사소한 절벽의 폭포
처음 떠나는 혼자 여행
스릴과 서스펜스의 출발
수천만 년의 기억
산방산 계단에서 만난 석양
몸의 기억
■ 출판사서평
“이토록 아름답고 눈부시게 슬프며 놀랍도록 담담한 요리책이라니, 침샘과 눈물샘이 동시에 젖는다.”
― 서효인 | 시인
어떤 사람은 레시피를 읽고 어떤 사람은 마음을 읽는 책
암 투병중인 아내를 위해 남편이 요리를 시작한다. 아내는 병이 깊어 어떤 음식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다. 서툰 솜씨라도 남편이 마음을 다해 만든 음식만 겨우 입에 댈 뿐이다. 남편은 독서와 글쓰기가 직업인 인문학자, 요리라고는 라면을 끓여본 것이 거의 전부인 남자다. 그에게 부엌은 커다란 도전이다. 조리대 앞에 설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한번 해본 요리도 다시 하려면 헛갈리고,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을 빠뜨리기 일쑤이다. 그래서 시작한 메모, 그 메모가 자라서 독특한 요리 에세이가 되었다. 언뜻 조리 과정만을 담담히 기록한 레시피 모음 같지만 숨어 있는 슬픈 사연 때문에 읽는 이는 수시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처음에는 콩나물국이나 볶음밥 같은 간단한 요리를 해내고 뿌듯해하지만 어느덧 아귀찜, 해삼탕 같은 고난도 요리를 해내기까지 한다. 물론 아귀찜의 콩나물은 아삭하지 않고 해삼탕은 류산슬을 더 닮은 것 같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메뉴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집에서 늘 먹는 밥과 반찬이지만 만들고 먹는 과정에서 작은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그런 요리가 60여 가지가 된다. 조리 방법과 과정이 소상히 묘사되어 있어 ‘오늘 뭐 먹지?’ 하는 힌트를 얻거나 조리 참고서로 삼을 사람도 있을 테지만, 요리 설명도 문학적인 에세이처럼 읽히는 우아한 문장에 담긴 ‘요리하는 마음’에 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저자가 조리 과정을 설명하면서 가장 자주 쓰는 단어는 ‘간단하다’이다. 실제로는 간단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스무 가지가 넘는 채소를 일일이 손질해 세 시간 이상 곤 채소 수프를 주자 아내가 뭘로 만들었느냐고 묻는데 그때도 그는 “간단해”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버거운 일을 가볍게 만들고 싶어 자신에게 거는 주문, 허풍이나 농담이리라. 우스개도 자주 등장하고 음식을 만들고 맛있게 먹는 순간의 기쁨이 주로 그려진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하듯이 “암 투병이라는 끝이 없어 보이는 고통의 가시밭길을 헤쳐가면서 드물게 찾아오는 짧은 기쁨의 순간을 길게 늘이고 싶어서” 쓴 글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고통보다는 따뜻한 위로와 힘을 전해 받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아픔과 슬픔이 배어나오는 것까지 어쩌지는 못한다. 아내에게 남겨진 시간은 길지 않다.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것이면 뭐든 만들어주고 싶지만 늘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통증이 쓰나미처럼 불시에 몰려와 응급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