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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세 명의 여성 혁명가가 있었다.
20세기 초 경성, 상해, 모스크바, 평양을 무대로 그들이 꿈꾸었던 지옥 너머 봄날의 기록!
이 소설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1920년대로 추정되는 식민지 조선, 청계천 개울물에서 단발을 한 세 여자가 물놀이를 하는 사진. 1990년 냉전시대의 마침표를 찍으며 한소수교가 이루어진 그 다음 해, 박헌영과 주세죽의 딸이며 소련의 모이세예프 무용학교 교수인 비비안나 박이 서울에 들어왔을 때, 그가 들고 온 여러 장의 사진 가운데 하나였다.
작가가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한 것은 사진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허정숙을 발견한 힘이 컸다. 허정숙에 흥미를 가지고 들여다보다가‘신여성이자 독립운동가’라는 새로운 인물 군상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1945년, 세 여자는 각각 서울과 중국 연안,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서 해방을 맞이한다. 명자는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에 참여해 활동하고, 허정숙은 의용군들과 함께 사상의 고향인 평양으로 향한다.
그러나 해방된 조국의 청사진을 그리던 것도 잠시, 남쪽은 친탁 반탁을 둘러싼 좌우 대립으로, 북쪽은 만주빨치산 출신 김일성과 조선공산당, 연안파, 소련파 등 정파 간 권력싸움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고명자와 허정숙은 이런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온몸으로 시대를 겪어낸다. 주세죽은 조국의 해방에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스탈린에게 유형 해제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써보지만 아무 답변을 듣지 못한다.
남북 모두 불안한 정세가 계속되던 중 김일성이 남조선해방이라는 명목으로 전쟁을 일으키면서 세 여자의 운명은 또 한 번 요동치게 된다.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하면서 인민위원회 활동을 했던 고명자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전쟁의 와중에 서울에서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북쪽의 문화선전상을 맡아 전쟁의 후방을 책임졌던 허정숙은 민족끼리 서로를 갉아먹는 전쟁의 참상 앞에 숱한 회의에 휩싸이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허정숙은 북측에서 요직을 담당하며 김일성 곁에 있었으나 동지들의 숙청 과정과 독재로 진화해가는 일인자를 바라보며 부침을 겪는다. 주세죽은 전쟁이 끝나고 북쪽의 부수상으로 있던 전남편 박헌영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보지만 끝내 외면당하고 만다.
그 이유가 불안한 본인의 입지 때문이었는지, 김단야와 주세죽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 결국 세죽은 1953년 딸 비비안나를 만나러 모스크바에 갔다가 병이 악화돼 생을 마감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1991년 허정숙이 북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명절방문을 담당했던 탈북자 L씨를 만났다. 그와의 만남을 담은 에필로그를 통해 공직에서 물러나서도 수상에게 할 말은 했던 허정숙의 말년을 엿볼 수 있다.
1990년 한소수교 후 소련 정부 자료들이 공개되고 비비안나 박이 서울을 방문하면서 주세죽의 유형사실과 김단야의 비극적 최후도 밝혀졌다. 주세죽과 김단야는 고르바초프 정권 아래서 복권됐으며, 김단야는 2005년 소련에 이어 국내에서도 복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