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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비밀 양육원(오늘의청소년문학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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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여름방학

콜로라도 감자 잎벌레

숲속의 왕 바벨

퍼즐 한 조각

전원 송환

비밀 양육원

작은 새

잉크 자국

아리랑

김귀덕

오소보비체 공동묘지

돌멩이

빈 의자

잠시, 안녕

작가의 말

[본 문]

나는 오빠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오빠는 거짓말을 하고 사라져 버렸다. 웃을 때면 아래로 축 처지는 착한 눈을 가진 오빠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제 오빠가 읊어 주는 〈두 번은 없다〉를 들을 수 없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오빠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다니 미칠 것 같았다. 양육원 담장을 넘으며 나는 결심했다.

비밀 양육원으로 가자.’

_본문 73쪽 〈비밀 양육원〉

 

너무 애쓰지 않는 게 좋아. 행복보다 불행에 가까워질 테니까. 그냥 네 삶이 물 위에 떠 있는 조각배였음 해. 물이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고 즐기렴.”

그럴 수 있을까요?”

내 말뜻을 이해한다는 듯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_본문 88쪽 〈잉크 자국〉

 

총성이 멎었다고 전쟁이 끝난 줄 알지. . 전쟁이 끝나고부터가 본격적인 전쟁이란 걸 알아야 해. 너희 같은 애송이가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어찌 알겠냐만. 총은 그 자리에서 사람을 죽였지만, 상처는 지금까지 사람의 영혼을 야금야금 파먹고 있어.”

_본문 99쪽 〈아리랑〉

 

동생들은 트럭을 타고 엄마를 만나러 갔단다. 아기를 다오.”

냉큼 아기를 군인에게 맡기자 살 것 같았다. 옆에 있던 군인이 나를 번쩍 안아 트럭에 태웠다. 여기서 엄마를 기다려야 한다고 발버둥 쳤지만 군인은 막무가내였다. 트럭에는 이미 많은 아이들이 타고 있었지만 순분이와 순철이는 없었다.

_본문 115쪽 〈김귀덕〉

 

엄마와 순분이 순철이와 아기, 우리 가족이 함께 있었던 다리 밑이 남한이었는지 북한이었는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자주 마마와 파파가 최 선생님이 찾지 못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 주길 바랐다.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 주길 간절히 바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_본문 124쪽 〈오소보비체 공동묘지〉

 

조국에서 전쟁이 터졌고, 트럭에 태워져 폴란드로 오기까지 내 의지와 선택은 전혀 없었다. 그건 오빠와 귀덕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선택을 박탈당할 이유는 없어야 한다.

_본문 142쪽 〈돌멩이〉

 

의사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폴란드의 양육원 선생님들과 학교 선생님들은 북한 고아들을 극진한 환대로 보살펴 주었다. 피부색과 언어, 생활 습관이 다른 고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선생님들을 우리는 마마와 파파라 불렀다.

_본문 153쪽 〈빈 의자〉

 

내 기다림은 다시 시작되었다. 여름방학이 아닌 매 순간을 기다림으로 채워 나가겠지. 사랑은 내일을 살아 낼 희망이니까. 어느새 내 마음에는 빈 의자 하나가 생겨났다. 언제든 돌아올 오빠를 위한 자리.

_본문 161쪽 〈잠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