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소개
왜 비평이론에서 불교의 위치는 잘 보이지 않는가? 이 책은 불교에 대한 고전적, 문헌학적 연구가 아니라 변화하는 현대사회와 비평이론의 장에서 불교의 역할을 탐구한다.
목차
발간사·5
1. 서론 ─ 9
ㆍ마커스 분, 에릭 캐즈딘, 티머시 모턴
2. 유리 집에 사는 것은
최상의 혁명적 미덕이다 ─ 39
마르크스주의와 불교, 그리고 비동맹의 정치학
ㆍ마커스 분 Marcus Boon
3. 깨달음, 혁명, 치료 ─ 151
프락시스의 문제와 미래의 급진적 무
ㆍ에릭 캐즈딘 Eric Cazdyn
4. 붓다공포증 ─ 253
무와 물에 대한 두려움
ㆍ티머시 모턴 Timothy Morton
용어설명·371 / 찾아보기·391 / 역자 후기·399
저자 소개
마커스 분
Marcus Boon
저널리스트, 영문학자. 토론토 요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런던에서 태어나 섹스피스톨스와 존 콜트레인을 들으며 자랐다. 런던대에서 문학을 전공하며 음악지에 리뷰를 기고하기 시작했고, 뉴욕 취재여행 중 힙합 씬과 다문화적인 댄스뮤직 씬을 만났다. 뉴욕에서 AIDS 관련 사회활동가로 일했고 관련한 소설을 쓰기도 했다. 뉴욕대에서 비교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Road of Excess(약물과 작가들의 역사)』가 있으며 아시아 종교, 그리고 하위문화를 주제로 집필 중이다.
에릭 캐즈딘
Eric Cazdyn
캐나다 토론토 대학 비교문학과에서 가르치며 비평 및 문화이론, 동아시아 문화사, 현대 일본문학, 일본영화,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 의학연구 등에 관심이 있다. 저서로는 The Already Dead: The New Time of Politics, Culture, and Illness (Duke UP, 2012), After Globalization (with Imre Szeman, Wiley-Blackwell, 2011), The Flash of Capital (Duke UP, 2002) 등이 있고, Trespasses: Selected Writings of Masao Miyoshi (Duke, 2010), Disastrous Consequences (SAQ, 2007)를 편집했다.
티머시 모턴
Timothy Morton
영문학자이자 생태이론가. 옥스퍼드 대학 마들린 칼리지에서 영국 낭만주의 시인 셸리(Percy Bysshe Shelley)의 시에 나타난 음식과 섭생, 소비의 문제를 다룬 「육체를 재-생상화하기: 셸리와 다이어트의 언어」(Re-Imagining the Body: Shelley and the Languages of Diet)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국 라이스 대학 영문학과의 리타 시 거피(Rita Shea Guffey Chair)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의 주된 관심은 밀턴과 셸리를 비롯한 영국 시, 문학에 나타난 음식 및 육체 연구, 생태학, 객체 지향적 존재론, 생물학, 양자물리학 등 초학제적 연구에 있다. 그의 저작으로는 Ecology without Nature: Rethinking Environmental Aesthetics (2007), The Ecological Thought (2010), Hyperobjects: Philosophy and Ecology after the End of the World (2013), Realist Magic: Objects, Ontology, Causality (2013), Dark Ecology : For a Logic of Future Coexistence (2016), Humankind : Solidarity with Nonhuman People (2017), Being Ecological (2018)이 있고, 공동 저작으로는 Marcus Boon, Eric Cazdyn, & Timothy Morton. Nothing: Three Inquiries in Buddhism (2015), Timothy Morton & Dominic Boyer. Hyposubjects: On Becoming Human (2021) 등이 있다.
김용규
부산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문화연구, 비평이론, 세계문학론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유럽사상사, 탈식민주의, 세계문학론, 문화 번역 등이다. 지은 책으로 『혼종문화론: 지구화 시대의 문화연구와 로컬의 문화적 상상력』(2014), 『문학에서 문화로: 1960년대 이후 영국 문학이론의 정치학』(2004)이 있고, 옮긴 책으로 『문화연구 1983』, 『글로벌/로컬』, 『미술관이라는 환상』,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 『백색신화』, 『비평과 객관성』 등이 있으며, 『번역과 횡단: 한국 번역문학의 형성과 주체』, 『세계문학의 가장자리에서』를 공동 편집했다. 옮긴 책으로는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2013), 『글로벌/로컬 : 문화생산과 초국적 상상계』(2019), 『문화연구 1983』(2021), 『멀리서 읽기 : 세계문학과 수량적 형식주의』(2021), 『유토피언 제너레이션』(공역) 등이 있다.
출판리뷰
이 책은 마커스 분, 에릭 캐즈딘, 티머시 모턴이 쓴 Nothing: Three Inquiries in Buddhism(Chicago: The University Press, 2015)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우리말 제목은 원문 제목과 조금 다른 ??무에 대한 탐구?불교와 비평이론??으로 되어 있는데, 원문에는 없지만 역자가 책의 제목에 “비평이론”이라는 단어를 넣은 이유는, 사실 이 책은 “비평이론에서 불교의 위치”를 묻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비평이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요구된다.
이 책은 미국 시카고 대학 출판부의 유명한 트리오스(TRIOS) 시리즈의 한 권으로 출판되었다. 이 시리즈는 불교를 포함하여 주로 문화이론, 비평이론, 그리고 철학을 전공한 이론가들이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적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 책 또한 비평이론과 문화이론을 전공한 세 명의 저자들(모두 영문학과 비교문학, 비평이론을 전공한 연구자들이다)이 불교가 오늘날의 비평이론과 문화이론, 나아가서 현실정치적 맥락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를 추적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즉, 동시대 비평이론은 기독교와는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지만 불교에 대해선 애초에 그러한 관계를 맺으려고 시도하지 않았으며, 불교가 오늘날의 현실적 곤경과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이론적, 실천적 가능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론에서의 불교의 부재는 놀라운 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무(無, nothing)는 불교의 본질적인 개념일 뿐만 아니라 헤겔과 마르크스에서부터 해체, 생태이론, 사변적 실재론에 이르기까지 현대 비평이론에서 핵심적 개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제기하는 주된 질문은 “왜 비평이론과 문화이론에서 불교의 위치는 잘 보이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불교는 무와 공을 통해, 연기와 인연을 통해 초월성이 아니라 내재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이론적 가능성을 제공해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평이론과 철학의 장에서 불교가 제대로 논의된 적이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불교와 비평이론의 관계를 탐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면서, 불교가 비평이론과 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또한 할 수 있음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고 발굴한다.
이 책은 비평이론에서 불교의 “무(無)”, 즉 공(空)의 이론적 가능성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마커스 분은 불교와 바타유(Georges Bataille, 1897~1962)의 일반경제 개념을 통해 불교와 경제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한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을 뛰어넘을 정치적 실험과 가능성을 불교와 비동맹 정치와의 관계를 통해 살펴보고 있고, 에릭 캐즈딘은 불교와 마르크스주의 그리고 정신분석의 핵심 개념인 깨달음, 혁명, 치료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것, 즉 자아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아와 사회의 변혁과 해방을 모색하는 방법을 궁구하고자 하는 시도들을 살펴본다. 티머시 모턴은 서양철학과 미학이론 내에 존재하는 붓다공포증의 근원을 파헤침으로써 서양철학의 한계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불교의 급진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처럼 이 세 편의 글들은 불교와 비평이론 간의 관계를 사고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열어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불교와 비평이론 간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탐구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이 실제로 부딪혀온 현실적 맥락과의 관계 속에서 구체적인 적응력이 있는지를 탐구한다는 것이다. 가령 불교와 자본주의, 불교와 비동맹 정치학 간의 관계를 통해 불교가 단순히 종교적 교리나 이론이 아니라 근대의 세속적 현실이나 근대성과 타협하고 그것을 돌파해 나가려는 이론적 시도였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불교와 현대 비평이론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기존의 관점이나 접근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법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