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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이기보다는 쓸쓸하게, 함성보다는 나직한 목소리로, ‘서정’은 그렇게 온다 서정시의 애틋한 잔광을 읽어내는 유연한 시각과 날카로운 통찰 시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특유의 깊이로 가장 활발한 비평활동을 펼치며 우리 문단으로부터 굳은 신뢰를 받아온 유성호의 신작 평론집 『서정의 건축술』이 출간되었다. 『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2008)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여섯번째 평론집이다. 문학평론가 이경수는 유성호의 비평에 대해 “공론성 회복의 가치를 지향하는 진보성과 지켜야 할 근원적 가치를 지지하는 보수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보기 드문 예”라고 말한다. 문학의 위기, 비평의 위기가 말해지는 시기에 저자는 모든 비평행위가 텍스트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근거로 하며, 비평의 최종적 존재 이유 역시 텍스트에 대한 정확한 해석에 있다고 믿는다. 등단 이후 균형감 있는 필치로 성실하게 탐구해온 ‘서정의 건축술’을 유감없이 풀어낸 이번 평론집은 1·2부에 ‘서정’ 혹은 ‘서정시’에 대한 총론을 시작으로, 문학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서정시와 관련된 비평적 흐름을 톺아보는 글을 모았고, 3·4부에는 서정의 본령을 충실히 지켜온 시인들의 시세계를 유연한 시각과 날카로운 통찰로 분석한 글들을 담았다. 언젠가 존재했던 것들에 대한 선명한 기억과, 이제는 그것들이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실감 사이에서 씌어지는 서정시는 우리가 잃어버린 시원(始原)에 대한 열망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우리는 이 『서정의 건축술』을 통해 서정성이라는 시의 근원적 가치를 지키는 한편 시의 사회적·역사적 상상력을 옹호하기 위해 분투하는 성실한 평론가 유성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서정시라는 배타적이고 자율적인 장르 규정이 유효성을 지속해간다면, 그 존재를 이루는 근거는 인간에 대한 끝없는 자기 질문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밋밋한 표현이 아니라 단단하고 창의적인 언어를 통해 세상의 장광설을 넘어서는 언어경제학도 서정의 건축술을 이루는 핵심 기제로서 우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서정시는 언어를 통해 언어의 한계로부터 벗어나려는, 언어를 씀으로써 언어를 더이상 쓰지 않으려는 역설의 지점에 그 존재의 영역을 꾸준히 드리워갈 것이다. 그것이 이 공공연한 위기의 시대에 자신만의 실존적 근거와 윤리성을 지켜가려는 서정시의 양보할 수 없는 지표일 것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
책머리에 제1부 우리 시대의 ‘시적인 것’과 윤리성 / 사물과 상상력을 결속하는 원리로서의 서정 / 시간 형식으로서의 서정 / 극서정의 미학적 가능성 / 한국 현대시의 난해성?‘어려움’과 ‘쉬움’에 대하여 제2부 다른 흐름의 모더니즘 / 대안 담론과 공론성 회복의 흐름?2000년대의 비평 / 떠나감의 말, 고요의 리듬 / 성장시란 무엇인가 / 고전적 투명성과 인문주의적 통찰?유종호의 비평 / 이론과 비평정신의 견고한 결속?김준오의 시 유형론 제3부 ‘수직의 고독’으로 사유하는 존재 생성의 역설?허만하의 시 / 실존적 고독과 근원 탐구의 형이상학?황동규론 / 경험적 구체성과 형이상학적 영성의 통합?김종철론 / 인간과 역사 탐색을 통해 자기긍정에 이르는 깨끗한 시심?조재훈의 시 / 사라짐의 건축술?최승호론 / 존재의 변방을 투시하는 사랑의 마음?이재무의 신작들 / 거대한 사라짐의 기록 ? 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깊이 모를, 감각의 ‘번짐’에 관하여?장석남의 시 / 불가능한 사랑, 불가피한 사랑?정끝별의 시 제4부 나희덕 시의 지속과 변이 / 속 깊은 마음의 현상학, 아름다운 너무나?박라연의 신작들 / 원초적 통일성을 노래하는 경험적 구체의 시?이정록의 시세계 / 궁극적 성소(聖所)에 대한 열망으로서의 서정?이대흠의 시 / 수직의 탐사와 수평의 사랑?곽효환 시집 『너는』 / 바람의 뼈마디, 말의 허기?신용목의 시 / 노동의 구체, 싸움의 깊이?송경동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 존재론적 바닥의 묵시(?示)?최금진의 시 발표지면 / 찾아보기 |
1964년 경기 여주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서남대, 한국교원대를 거쳐 지금은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침묵의 파문』 『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 『다형 김현승 시 연구』 등이 있다. |
제1부에는 ‘서정’ 혹은 ‘서정시’에 대한 총론을 보여주는 글들을 묶었다. 「우리 시대의 ‘시적인 것’과 윤리성」에서는 반(反)미학적 경향, 사회적 상상력의 결여 등 최근 시의 흐름 속에서 서정시가 가져야 할 윤리성을 살핀다. 경험적 구체성과 역사에 대한 긍정적 신념을 가지고 사회적 상상력과 문학적 언어를 결합할 때 시의 윤리성의 표지(標識)가 마련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물과 상상력을 결속하는 원리로서의 서정」에서는 서정과 서정주의를 구별하고 서정성과 감상성을 구별할 필요성을 환기하면서, 감각과 기억을 결속하는 서정의 비중과 역할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역설한다. 「시간 형식으로서의 서정」에서 저자는 ‘서정’은 ‘시간’에 대한 경험과 ‘기억’의 재구성이라는 서정시의 양식적 특성으로서 우리 시대의 불모성과 교감 단절에 대한 시적 항체가 될 수 있으리라고 주장한다. 「극서정의 미학적 가능성」에서는 백석의 「광원(曠原)」, 박목월의 「산색」, 최하림의 「저녁 무렵」, 서정춘의 「죽편 1―여행」, 최동호의 「자갈돌」 등을 극서정시의 예로 거론하며, 최근 대두한 ‘극서정’ 개념이 양식적 배타성을 띠지는 않았지만 한국 시의 다양성과 균형을 유지하게끔 하는 방법론적 범주로 부상해갈 것이라 예상한다. 「한국 현대시의 난해성」에서는 이상의 「오감도」, 김춘수의 「타령조 1」, 김언의 「뼈와 살」, 신동옥의 「얼음물고기」, 김이강의 「해변의 작은 식당에서 우리가 했던 일」 등의 시를 예시하면서 이런 시에 나타난 난해성은 불가해성과는 달리 새로운 독법으로 해석 가능하고, 더 깊은 인간 이해와 세계 개진을 위해 불가피하게 초래된 이런 난해시에서 사물과 언어와 상상력이 빚어낸 역동적 이미지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제2부에서 저자는 문학사적 측면에서 서정시와 관련된 비평적 흐름, 비평가에 대한 역사적 검토를 수행한다. 「다른 흐름의 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한국적 맥락을 살펴보는 글로서, 김기림?이상?오장환 등 1930년대의 모더니즘 시인, 이들 시의 가능성과 한계를 안은 해방 직후의 신시론 동인, 1960년대의 김수영, 1980년대의 황지우?최승자?장정일 등으로 이어지는 모더니즘의 흐름을 살펴보며 김광균?박인환?김춘수 중심의 흐름과는 다른 모더니즘 계보를 내세운다. 「대안 담론과 공론성 회복의 흐름」은 2000년대 비평에서 대안 담론으로 부각한 생태시학과 여성시학을 살펴보는 한편, 문학권력 논쟁, 친일문학 논의, 시와 정치 논의 등 2000년대 비평에서 시도된 공론성 회복의 흐름을 조망한다. 「떠나감의 말, 고요의 리듬」에서는 얼마 전 작고한 이승훈 시인과 박서영 시인의 마지막 발표작에서 떠나감의 말을 읽어내고, 김학중의 「리듬」과 김경미의 「떠들지 않는 법」에서는 우주의 원리 또는 치유의 미학으로 나타난 고요의 리듬을 읽어낸다. 「성장시란 무엇인가」에서는 나희덕의 「귀뚜라미」, 기형도의 「엄마 걱정」 등을 살펴보면서, ‘성장시’는 청소년의 언어와 관점을 고스란히 반영한다기보다는 청소년기를 지난 시인의 회감(回感)의 언어를 통해 씌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결국 앞으로의 성장시는 성년을 향하고, 성년에 대항하며, 성년을 선취하는 다양한 경험과 지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전적 투명성과 인문주의적 통찰」은 비평사의 우뚝한 범례인 유종호의 비평을, 「이론과 비평정신의 견고한 결속」은 또다른 우뚝한 봉우리인 김준오의 시 유형론을 고찰한 글이다. 저자는 그들에게서 이론적 범주와 실천비평의 범주를 견고하고 풍부하게 결합한 비평적 실례를 발견한다. 3, 4부에서 저자는 서정의 본령을 충실히 지켜온 시인 17인의 작품을 정확한 이해와 공감의 시선에 기초하여 분석한다. 먼저 제3부에서는 한국 시단의 원로 및 중진으로 활동해온 허만하, 황동규, 김종철, 조재훈, 최승호, 이재무, 송찬호, 장석남, 정끝별의 시세계를 살펴본다. 이 시인들은 존재 생성의 과정을 사유하거나(허만하), 근원 탐구의 형이상학을 보여주거나(황동규), 경험적 구체성과 형이상학적 영성의 통합을 이루어내거나(김종철), 역사 탐색을 통해 자기긍정에 이르는 깨끗한 시심을 보여주거나(조재훈), 사라짐의 미학을 구축하거나(최승호), 존재의 변방을 투시하는 사랑을 노래하거나(이재무), 삶의 존재형식으로서 사물들의 사라짐을 기록하거나(송찬호), 자연 사물과 기억을 감각의 번짐으로 전환해내거나(장석남), 불가능하지만 불가피한 사랑을 노래하고(정끝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이 시인들은 천상과 지상,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의 격절(隔絶)과 그것을 통합해가는 커다란 시적 스케일과 상상력을 보여주었으며, 시간 경험의 독자적 구성을 통해 궁극을 사유하고 탐색해온 시사(詩史)적 실례라고 저자는 말한다. 제4부에서는 한국 시단의 중견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희덕, 박라연, 이정록, 이대흠, 곽효환, 신용목, 송경동, 최금진의 시세계를 탐색한다. 이 시인들은 시작품에서 형식에의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거나(나희덕), 사랑의 심미성과 형이상학적 갈망을 통합하는 근원의 마음을 내보이거나(박라연), 경험적 구체성으로 원초적 통일성을 노래하거나(이정록), 궁극적 성소(聖所)에 대한 열망으로서의 서정을 보여주거나(이대흠), 북방의 역사적 흔적을 탐사하고 타자를 향한 수평의 사랑을 노래하거나(곽효환), 성장기의 상처와 기억이 바람의 뼈마디와 말의 허기로 드러나거나(신용목), 자본주의의 사물화, 획일화, 상품화에 저항하며 노동의 구체와 싸움의 깊이를 가열차게 보여주거나(송경동), 가난과 결핍의 개인사를 통해 인간의 존재론적 바닥을 표상하고(최금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서정과 인식, 감각과 정신, 기억과 비전을 오가는 이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 시대의 서정시가 지나치게 연성(軟性) 편향으로 흐르지 않고 현실감각이나 높은 정신의 경지를 욕망해온 형식임을 알 수 있으며, 최근 들어 현저하게 줄어든 시와 구체적인 삶 사이의 미학적 긴장을 회복할 수 있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